보통 사회적 소수자들이 사회에서 받는 혜택 중에 하나가 주거나 의료, 교육 이런 것들에 있어서 일정한 금액을 지원 받는 거잖아요. 그 중에 대표적인 게 한국에서는 공공현대 아파트 사례가 있어요. 성소수자분들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겠죠? 수입이 많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적은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가시적으로 성소수자임을 알 수 있거나 또는 직장 내에서 본인이 성소수자임을 들킬까 봐, 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안정적인 소득을 얻지 못하는 분들 같은 경우에는 공공현대 아파트 같은 좋은 혜택이 있음에도 가부장제 중심적인 한국 사회 속에서 공공현대 아파트에 들어가는 기준에 성소수자분들은 기본적으로 해당되는 사항이 없어요. 남자와 남자가 살고 있는 형태, 여자와 여자가 살고 있는 형태. 그러니까 게이 커플이나 레즈비언 커플들의 혜택이 아예 없다는 거예요.

한국에서 사회적으로 안전망을 구성할 때 상정하고 있는 모델이 이성애 중심의 가부장 사회 중에서도 아이를 낳는 것을 기본값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결혼 16년 차인데 저희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약속하고 결혼했어요. 아이를 낳을 수 있음에도 낳지 않고 살자고 한 건데, 이번 공공현대 아파트에 저희가 지원했을 때도 굉장히 많은 부분들에 있어서 더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둘만 살기 때문에 조금 위험했어요. 이런 것만 보더라도 한국 사회가 얼마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회인지 확인할 수 있는 거죠.

아까 이야기했던 마스크 후원과 모금 캠페인의 에피소드 같은 경우에는 제가 이주민 식구들한테 가끔씩 전화를 해요. 통화를 하다가 끊으려고 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거예요. [파더? 마스크 구할 수 있어요?]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이때 쿵 한 거죠. 그 통화한 내용으로 글을 올리고 한 삼사 주 정도 캠페인을 했더니 몇 백만 원 이상이 모였고, 후원 물품까지 이천만 원 이상의 물품이 모였어요. 그래서 구백 명 이상의 이주민분들한테 세트로 배분이 됐어요. 한 달 정도 생존 키트로 묶어서 천 마스크 몇 장, 일회용 마스크 몇 장, 손소독제 이런 식으로 묶어서 구백 세트 이상이 배분되었어요. 이런 게 저희한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사례였죠.

그리고 꼭 말씀드리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제가 어쨌든 종교인이잖아요. 알고 계신 것처럼 종교 영역이 성소수자분들한테 특히나 배타적인 그룹 중에 하나거든요. 제가 업무용으로 SNS를 이용하고 있는데, 저한테 온 메시지들 중에서 되게 인상 깊었던 메시지가 있었어요. 자기 이야기를 쭉 하는 거였는데, 저를 '만날 수도 없고 가기도 어렵지만 신부님의 활동을 통해서 계속 위로를 받는다', '늘 존중하는 활동을 함께해 줘서 감사하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 줄에 '신부님 사라지지 말아 주세요'라는 표현이 있었어요. 지금도 약간 울컥하네요.

사실 '사라지지 말아 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저한테만 하는 메시지는 아니겠죠. 아마 자기 자신한테 하는 메시지이기도 할 것 같아요. 그분들 입장에서 저의 존재 자체가 늘 불안하고 위태로운 거죠. 사실은 언젠가는 사라지지 않을까……. 그래서 그 메시지가 저한테 굉장히 묵직한 메시지이기도 하고, 제가 사회적 소수자분들과 연대하면서 다양함을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일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해요.

이 여담으로 프리랜서분들이 여유로운 분들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죠. 그분들한테 꼭 얘기 드리고 싶은 저의 응원의 메시지이기도 해요. 우리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사라지지 말고 이 사회를 바꿨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어요.

앞에 말씀드렸던 이주민들과의 통화, 통화를 했을 때 짧은 침묵. 사실 그 짧은 침묵이 얘기해 주는 게 너무나 많거든요. 그 이야기를, 그 어려움을 누군가에게 얘기할 수 있다는 건 사실 어마어마한 힘이에요. 서로가 서로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거죠. 그분들의 침묵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어떤 존재적 공간으로써의 나눔의집을 제가 함께 동행하고 있다'라는 자의식이 일단 제일 크고요. 그런 의미에서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가 사라지지 않는 존재로 있어야 되겠다라는 것도 있어요.

2020년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몇 가지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솔직한 답변이 더 나은 플레터로 발전할 수 있게 되니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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