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개편을 거쳐 시즌 3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취업이 안 돼서 시작했습니다. 서른 살 때 2년 정도 일했던 기관을 뛰쳐나와 취업을 하려고 했는데 취업이 안 됐고, 알바로 돈을 벌어야 해서 온갖 알바를 다 했죠. 빵집 알바, 편의점 알바, 상하차 이런 거 하다가 이렇게는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제가 이전 기관에서 했던 일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PPT를 많이 만들어야 했던 직업이었어요. 그때 기억을 살려서 PPT 외주를 조금씩 구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다 사업이 시작됐고, 육성사업을 통해 1년 동안 지원금을 받으면서 대표 놀이를 했죠.

왜냐하면 그때는 나름대로 팀원이 있었고, 팀원들과 일을 하다 보니 어깨 뽕이 올라가서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자꾸 네트워킹 파티 같은 곳에서 명함이나 돌리고 그랬거든요. 대행사에서 반 시체 상태로 2년 동안 일하다가 팀원들은 다 도망가고 3년 차 돼서야 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대표 놀이를 할 때 네트워킹 파티를 열심히 했잖아요. 그때 받았던 명함들 보고 전화를 돌렸어요. 일없냐, 혹시 이번에 회사소개서 안 바꾸시냐. 그때는 공짜로 해 주고 그랬어요. 공짜로 해 주고 소개시켜 달라는 식으로. 그 다음에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갓 생겨날 무렵에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카우앤독 같은 곳 앞에서 기다렸어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명함 돌리면서 이런 거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정말 지겹게 문자를 돌려요. 이렇게 해야 한두 건이 들어오더라고요. 왜냐하면 그때 저는 포트폴리오가 없었고, 디자인을 시작한 지 갓 3년 차였기 때문에 스킬적으로도 미진한 상태라 내세울 만한 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냥 듣보잡이잖아요? 그래서 매달리는 방법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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